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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깨우침은 단박에 이루어진다

지난 회에 다뤘듯, 불교 교리에 계정혜(戒定慧)가 있다. 이것을 불교의 '삼학'이라고 한다. 삼학은 가장 기본적인 불교의 교리이며, 일체의 법문(法門)은 모두 삼학으로 귀결된다.   계(戒)는 심신에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정(定)은 계에 의해 몸과 마음이 조정되면, 다음에는 마음을 통일하는 정(定)이 생긴다. 혜(慧)는 도리를 명석하게 분별 판단하는 마음의 작용이다. 불교의 최종적인 목적은 깨우침의 지혜를 얻는 것이며, 혜는 가장 넒은 의미의 지혜다.     혜능스님은 돈오돈수(頓悟頓修)를 주장했다. 즉, 깨우침은 단박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신수스님은 수상정혜(隨相定慧)를 주장했다. 상을 쫓아서 선정으로 마음의 고요함을 얻은 후에 지혜를 점차 갈고 닦아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 또 보조스님은 돈오점수(頓悟漸修)라 하여 단박에 깨우침을 얻고도 무명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계속해서 '선정(禪定.생각을 쉬는 것)'과 지혜를 갈고 닦아야 한다고 혜능과 신수의 중간적인 태도를 보였다.   성철스님은 돈오점수는 혜능의 가르침이 아니고 잘못된 해석이라고 했다. 결국, 돈오돈수 즉, 단박에 깨닫는 것이 옳다는 것이고, 수행은 오랜 시간이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깨우침은 별것이 아니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깨우침을 얻을 정도의 사람이라면, 그전부터 범인에겐 알 수 없는 수행 또는 남다른 불심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것이 '암묵적 지식'이다.   오조스님은 일개 나무꾼이었던 혜능에게 육조의 자리를 물려주었다.     혜능스님(육조스님)은 설파하시길 선정과 지혜는 하나라 했다. 자성(自性)의 본체가 선정이요, 자성의 작용이 지혜라는 것이다. 자성이란 본디부터 가지고 있는 불성(佛性) 즉, 모든 중생이 본래 가지고 있지만 보지 못하는 부처의 마음인데, 선정(禪定)이란 본체 속에 지혜의 작용이 있으니, 몸과 뇌는 하나이듯, 선정이 지혜요, 지혜가 곧 선정이란 것이다. 육조 스님이 말씀하시길, 마음이 어지럽지 않음이 자성의 선정이고, 마음이 어리석지 않음이 자성의 지혜라 했다.     고려 중기 때, 보조국사 지눌 스님은 돈오점수를 설파했다. 즉, 불도에 들어가는 문은 오직 돈오(頓悟.단박에 깨달음)와 점수(漸修.점차로 닦아나감)의 이문(二門)에 있음을 밝혔다. 점수의 방법론은 정혜(定慧)를 동시에 골고루 닦는 정혜쌍수(定慧雙修)를 그의 저서인 '수심관(修心觀)'에서 체계화하였고, 이는 곧 한국불교의 선수행(禪修行) 지침이 되었다.     노자의 '도덕경' 제8장에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표현이 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말이다. 도덕경에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서로 다투지 않고 또한 남들이 싫어하는 곳에 스스로 처한다. 즉,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항상 향하면서 머물 때도 낮은 곳에 처한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물은 도(道)에 가깝다.     불교에선 모든 것은 머물지 않고 계속 변화가 있으니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허상(虛像)이므로 공(空)의 세계로 들어가 여여한 마음을 갖는 것을 득도(得道)의 길이라고 한다. 니체는 불교와 다른 관점으로 모든 만물은 변화하므로 이 세상에 '절대자'와 '진실'은 없고, 단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이유로 이 세상이라는 특정한 세상에서 '힘에의 의지(위버멘쉬)'로써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양 철학자 중에 무신론자가 많은데, 그들은 형이상학보다는 현실에 충실한 실존철학에 무게 중심을 둔다. 그들에게는 신보다 존재하는 인간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니체도 그중 하나다.   박검진   단국대 전자공학과 졸업. 한국기술교육대에서 기술경영학(MOT)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반도체 특허협상팀 팀장,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분석팀 차장, 호서대 특허관리어드바이저, 한국기술교육대 산학협력단 교수를 거쳐 현재 콜라보기술경영연구소 대표.    박검진의 종교·철학 여행 단박 무명 불교 교리 하이닉스반도체 특허분석팀 저서인 수심관

2025-02-10

"불교 교리 쉬운 언어로 알릴 터"

가든그로브의 OC법보선원 선원장인 덕일 스님이 최근 UCLA 종교학 박사 학위를 취득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덕일 스님은 지난 2015년 UCLA 박사 과정에 들어간 뒤 9년 동안 꾸준히 노력을 기울인 끝에 불교 형성기의 특징을 밝힌 논문을 완성했다. 덕일 스님은 불교 경전 앗타카박가(Atthakavagga)에서 이상적인 인간상을 표현하는 호칭들을 연구해 불교가 만들어지던 긴 형성기의 특징들을 논문에 밝혔다고 설명했다.   덕일 스님의 논문이 불교학에 기여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중국어 번역본 의족경과 팔리어본 앗타카박가를 상세한 주석과 함께 완역한 것이다. 이 논문에 사용된 단어는 27만2000개에 달한다.   덕일 스님은 "지난 70여 년 동안 불교학에서 풀지 못했던 수수께끼 같은 경전인 의족경의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매 순간 큰 깨달음의 희열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재학 시절 불교 동아리 '선우회'에서 활동하며 불교에 심취한 덕일 스님은 1996년 김천 수도암 원인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이후 스리랑카 뻬라데니야 대학에서 불교 고전어를 공부하고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종교학 석사 과정을 마치는 등 불교 역사와 교리 연구에 정진해 왔다.   덕일 스님은 "지난 15년 동안 불교를 연구하면서 더 많은 이가 불교의 교리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을 느꼈다. 앞으로도 폭넓게 연구하며 쉬운 언어로 불교를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법보선원 김소연 이사장을 비롯한 신도들은 최근 덕일 스님의 박사 학위 취득을 축하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덕일 스님은 지난 4월부터 OC법보선원(12732 Gilbert St)을 이끌고 있으며 매달 두 번째 일요일 오전 10시30분에 법회를 열고 있다. 문의는 전화(714-583-8737)로 하면 된다.불교 교리 불교 교리 불교 형성기 동안 불교학

20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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